김기덕 감독의 작품인 '봄여름가을겨울그리고봄'을 얼마 전에 본 난,
그 영화가 주는 의미에 대해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해하기 어려울 수록 영화에 더욱 빠져든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었다.

그렇게 얼마 전에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보고 말로는 표현 못할 가슴 짠한 감동을 받았는데
 얼마 안있어 '비몽'이  개봉한 것이다. 평을 보고는 보지 말까라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지금 또다시 가슴 짠한 아픔을 느끼고 있다.




떠나간 사랑에 아파하는 그녀는 '란'이다.


떠나간 사랑을 그리워 하는 그는 '진'이다.



 
이 둘을 처음 이어준 건 '진'이 꾼 꿈이다.
너무나 현실감 넘치는 꿈을 꾼 '진'은 꿈 속의 현장을 찾아가게 된다.
그리고 궁금증을 찾아가 '란'을 만나게 된다.

그렇다.
 '진'이 꿈에서 한 행동을 '란'은 몽유상태에서 똑같이 행동한다.
'진'이 곧 '란'인 것이다.

'진'은 꿈에서 사랑하는 옛 여자를 만나 행복해하면
'란'은 자신도 모르는 몽유상태에서 그토록 증오하는 옛남자를 만나 불행하게 된다.
그렇다면 '사랑'이 곧 '증오'란 것일까..?

'진'은 '란'을 위해 잠을 자지 않으려 노력한다. '란'은 '진'이 잠을 자지 못하게 하려한다.
그 둘은 서로 번갈아가며 잠을 자게 된다.

하지만 영화 중간에 나오는 씬 중,
 '진'을 꿈을 꾸지도 않았는데 '란'이 옛사랑을 찾아간 씬은
나에게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란'은 옛남자를 증오하고 증오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녀는 옛남자를 증오하는만큼 사랑하고 있던 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본다.

몽유 상태라는 핑계를 대어 옛사랑을 만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지 않으면 증오할 수도 없다..
 무관심하다면 증오를 느낄 수나 있을까?
지나간 사랑을 간직한 사람이라면 누구든 느껴보았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난 뒤, 너무나 나쁘게 헤어져서 그 사람이 너무나 밉더라도
그사람과의 사랑.. 추억..으로 우리들이 얼마나 가슴 아파했는 지.. 

'란'처럼 그를 증오하고 있다고 말은 하고 있었으면서 실은 그를 그리워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제서야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란'은 그렇게 옛남자에게 가면서도 '진'이 누워있는 이불에 물을 뿌리고 간다.

그렇게도 옛남자를 증오하지만 그만큼 너무나 그리워 그 남자를 찾아가고 있은 자신이 너무나 미워, 
누군가 자신을 말려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란'은 '진'이 누워있는 곳에 물을 뿌려놓고 간 것은 아닐까..? 


장미희가 말했던 ' 둘이 사랑하면 된다' 는 말 

난 이 영화 끝까지 이들이 사랑을 했는지 안했는지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 둘은 서로를 바라보고 감싸주며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몽유상태로 어디로든 가지 못하게 하기위해 수갑을 채우고 잠들던 날..
'진'은 무슨 꿈을 꾸었는 지 너무나 서럽게 운다. 이를 본 '란'은 함께 울어준다..

둘은 이미 서로를 바라보며 한 사람이 된 것이다.
 

하지만 결국 '진'의 꿈 때문에 '란'은 몽유상태에서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진'은 이에 대한 죄책감으로 인해 자신이 하고 있던 일인
도장파는 일을 자신의 몸에 하게 된다.

그는 도장을 파면 팔 수록 옛사랑을 가슴에서 파내려고 했을 지도 모른다.

'란'에 대한 죄책감과
가슴깊이 박힌 옛여자에 대한 사랑과 추억을 없애기 위해
그는 자신의 몸을 파내려갔는지도 모른다. 
몸만이라도 그 기억을 없애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렇게 사랑은 아픈 것인가보다..
 옛 사랑을 지우려하면 할수록 더욱 아파지는 것처럼..

결국은 둘 다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죽고만다.
하지만 죽고 난 뒤 나비가 된 '란'은 '진'을 찾아간다.
'진'은 죽고 난 후임에도 나비를 보고 미소를 띄운다.

죽고 난 뒤에도 깨어나 나비를 보고 미소를 띄운 것은 그 영화 전체가 꿈이다라는 것을 말해준다.

호접몽에서 장자가 꿈에서 나비인것인지 , 나비가 꿈에서 장자인지를 모르는 것처럼,
 '진'의 꿈 속에 나비가 나타난 것인지, 나비가 된 '란'의 꿈에 '진'이 나타난 것인지는 모르는 것이다.

 결국 한가지 알 수 있는 것은 '란'과 '진'이 한 꿈을 꾸고 있었다는 것..






 * 영화 속에서 '진'이 쓰는 일본말을 다들 알아듣는 것에 대해 말들이 많은데, 
그 것에 대해 평론 상에선 언어는 영화를 이해하는데 지장이 없으며
말보다는 감정을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해석을 해주셨다.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우리는 꿈에서 괴물이 나오건 외계인이 나오건 그들과 말이 통한다. 이것과 마찬가지로
모든 말을 일본말로 하는 '진'의 말을 모두 이해하는 '란'이나 경찰들을 통해,
이 영화 전체가 꿈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어 감독이 일부러 의도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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