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미인(Let the right one in)
개봉      2008.11.13
감독      토마스 알프레드슨
출연      카레 헤레브란트(오스칼),
            리나 레안데르손(이엘리)


2008년 본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이제라도 포스팅하는 이유는  아직까지도 진한 여운이 남아있어서가 아닌가 싶다.
2010년인 지금, 11월에 헐리우드판 렛미인이 리메이크 되어 또다시 개봉하는 이유도 그 때 그 영화를 보지 못해 느끼지 못했던 여운을 관객들에게 헐리우드라는 이름을 빌려서라도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가 아닐까?

킥애스의 힛걸로 이미 연기성을 인정받은 클로이 모레츠가 헐리우드판 렛미인의 주인공역을 맡게 되었다. 아직 보지 못해 어떤 연기를 선보일지는 모르지만 아마 본판의 주인공들인 카레 헤레브란트와 리나 레안데르손의 연기를 따라가진 못했으리라......(이건 클로이 모레츠의 연기성에 대한 과소평가가 아니라 카레 헤레브란트와 리나 레안데르손의 너무나도 실제 같았던 연기 때문이다.)

공포영화를 너무나 싫어하는 본인임에도 불구하고 그 때 당시엔 렛미인을 mp3에 인코딩해 넣어다니며 다시보고 다시보고 했었다. 아마 공포영화라는 느낌보단 사랑영화라는 느낌을 나도 모르게 더 강하게 받은 것 같다.

오스칼 역을 맡은 카레 헤레브란트 (이하 오스칼)와 뱀파이어인 이엘리 역을 맡은 리나 레안데르손( 이하 이엘리)은 혹시 이 둘은 진짜 존재하는 게 아닌가 의심이 갈 정도로 영화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오스칼과 이엘리는 이웃사촌이 되면서 부터 인연이 시작된다.
오스칼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학생이다. 집에선 왕따 시키는 학생들에 대한 분풀이로 혼자서 칼을 들고 찌르는 시늉을 하며 지내거나 사람이 죽은 기사를 모으며 그런 것에 대해 자연스레 공부하게 된다.
 이엘리는 아버지로 추정되는 나이 든 남자와 함께 이사 왔으며 창문에는 신문으로 모두 막아놓고 추운 겨울 밤에도 신발을 신지 않은 모습으로  집앞을 돌아다닌다.

 그렇게 밤이 되서야 둘은 처음으로 만나게 된다. 둘 다 사람들과의 교류가 없어 너무 외로웠기 때문에 이엘리가 나완 친구가 될 수 없어라는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절로 서로를 원하게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 둘은 사랑하지만 벽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오스칼이 장난치다가 손이 베었을 때 이엘리는 피냄새를 맡고 참을 수 없으면서도 오스칼을 먼저 대피 시킨다. 그 장면은 이엘리 역의 리나 레안데르손을 진짜 뱀파이어를 데려다가 찍은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름이 끼쳤다.

 그렇게 뱀파이어의 본성조차도 참는 이엘리와, 뱀파이어인 것을 알면서도 이엘리를 뿌리치지 못하는 오스칼은 서로 사랑을 하게 된다. 마치 세상에 사랑할 사람이 서로 밖에 없었던 것 처럼.
 
 하지만 사실 이엘리와 함께 집에서 사는 남자는 이엘리의 전 남자친구이다. 뱀파이어는 뱀파이어가 된 순간부터 늙지 않고 사람은 늙는다. 그 둘은 아마 나이가 비슷했던 오래 전부터 사랑해왔던 사이지만 시간이 갈 수록 달라지는 모습에 이질감이 느껴지고 그래서 이엘리의 마음도 떠났지 않았나 싶다. 영화 속 이엘리는 그 남자를 함께 집에서 지내는 남자 이상으로 느끼지 않는 다는 걸 보여줬다. 하지만 그 남자는 달랐다. 여전히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한 한 남자의 모습이였다. 이엘리를 위해 피를 얻으러 살인도 무릅쓰고 한참 어린 오스칼에게 질투도 하며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얼굴에 염산을 뿌리고 결국엔 목숨을 버려 자신의 피까지 내준다. 그런 모습에도 이미 그에게 마음이 떠난 이엘리는 가차없이 그의 피를 마신다. 


 그리곤 새로운 사랑을 찾아가게 된다. 영화에 나오는 한 장면 중 잊지 못할 장면으로 꼽히는 장면이라면 오스칼의 집에 허락받지 못하고 들어간 이엘리가 몸에서 피를 쏟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이 장면이 영화의 제목과도 연관성이 깊은 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마 한국의 흡혈귀를 생각하는 한국분들이라면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이 될 것이다. 유럽의 뱀파이어의 규칙 중 하나가 집 안에 들어갈 때 주인의 허락을 받아야만 들어갈 수 있다는 규칙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뱀파이어는 온 몸에서 피를 쏟게 된다. 이게 우리 나라의 흡혈귀와 다른 점인데 이 점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면 렛미인의 진짜 의미를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이엘리는  오스칼의 집에 들어가기 전에 렛미인(Let me in: 들어가도 되겠니)이라 묻지만 뾰루퉁해 있었던 오스칼은, 이엘리가 뱀파이어란 걸 알고 있고 허락없이 집 안에 들어오면 어떻게 될 지도 알면서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말을 한다.  오스칼은 이엘리에게 사랑을 시험 해본 게 아닌가 싶다. '니가 날 진짜 원하면 피를 쏟는다 하더라도 들어와봐' 라는 대부분의 연인들이 상대방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을 때 하는 어처구니 없는 시험같은 것을 오스칼 또한 해보고 싶었는 지 모른다. 그리고 사랑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상대방의 어처구니 없는 시험인 줄 알면서도 그 시험을 통해 사랑을 확인시켜 주듯이 이엘리도 그렇게 무작정 들어가지 않았나 싶다. 이엘리가 피를 흘리고 나서야 오스칼은 방안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한다. 
  
 수영장에서 오스칼이 위험에 처했을 때 이엘리가 구해주면서 서로에게 잠시 느끼지 못했던 필요성을 다시 느끼게 된다. 서로에게서 잠시 떠나있었지만 그 둘은 계속 서로를 바라보고 의지한다. 뱀파이어든 사람이든 누군가를 의지하게 된다. 그 의지하는 사이가 비록 뱀파이어와 인간 간의 사이라 하더라도 사랑을 하고 의지한다. 서로 간절하다면 뱀파이어든 괴물이든 그게 무슨 상관이랴. 
 
 내 생각엔 이엘리는 뱀파이어가 되면서 나이가 먹어도 정신은 어렸을 때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피를 구하기 쉽고 힘도 쎈 그 함께 살던 남자보단 자기 또래의 오스칼을 사랑하게 된 것 아닐까. 
 

 결국, 세월이 지나면 결국엔 그 목숨을 버린 그 남자와 같은 길을 밟을 것을 아는 오스칼과,,
 세월이 지나면 오스칼 또한
그 버려진 남자가 될 것을 아는 이엘리는 함께 기차에 오른다.


 이 영화의 사랑에 대한 해석은 정해진 게 없이 각자의 생각에 따라 이해할 수 있을 거 같다.
그래서 더 여운이 남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 Recent posts